[계발] 재미있게 말하는 스토리텔러




유쾌, 통쾌, 달콤한 재미있는 대화법

 

똑같은 내용을 얘기해도 토크쇼 MC처럼 주변 사람들이 박장대소할 정도로 재미있게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김빠진 맥주’처럼 참 재미없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는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말한 유머지만 찬물을 끼얹은 듯 썰렁한 분위기를 만들게 되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과 재미있게 말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대화에 템포와 리듬을 타자

아무리 수다스러운 말이라도 그것이 수다처럼 느껴지지 않고 그 얘기 속에 빠져들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정말 말을 잘 하는 사람이다. 수다스러운 말과 재미있는 말의 차이점은 몇 가지가 있다.

첫째, 대화에 리듬을 탈줄 알아야 한다. 적절한 타이밍에 치고 나가고, 상대방의 얘기를 적극적으로 들으며 맞장구를 치다가 적재적소에 재치있는 언변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 재미있게 말을 잘하는 사람이다. 수다스러운 말은 상대방의 얘기를 귀담아 듣지 않고 자신의 얘기를 하기에 바빠 대화의 리듬을 탈줄 모르는 말이다. 대화의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주변 사람들은 피곤해지는 말이다.

둘째, 재미있는 말은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말이다. 혼자 흥에 겨워하는 말이 아닌 상대방과 공감하는 대화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방에 초점을 맞추는 태도가 중요하다. 상대방과 공유할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해야 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뿐 아니라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적절히 조화시킬 수 있을 때 맛있게 비벼진 말이 된다.

예를 들면, 와인에 남다른 취미를 가진 사람이 상대방이 관심 없는 와인에 대해 장황하게 얘기를 한다면 그것은 아무리 좋은 얘기라도 지루함만 줄 것이다. 서로의 관심사를 먼저 파악해 공감할 수 있는 키워드를 뽑아내 대화해야 한다. 말이란 기본적으로 혼잣말이 아닌 이상 ‘대화’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셋째, 재미있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또한 삶의 태도가 긍정적이어서 대화에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아낼 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긍정적인 에너지를 함께 대화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면, 재미있고 건강한 대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늘 상사나 동료, 회사의 뒷담화나 야한 농담과 음담패설을 일삼는 사람은 아무리 말을 재미있게 하더라도, 진정으로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없다.

망가지면 더 아름답다

이숙영 아나운서가 유인경 경향신문 기자를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재미있게 말하기 위한 팁을 얻을 수 있다. 재치있고 재미있게 말하기로 유명한 유인경 기자는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자신을 낮추는 화법을 구사하며, 재미있는 맞장구를 친다고 한다. 예를 들면, “어머, 어쩐대유~!”와 같은 사투리를 섞어가며 하는 맞장구로 상대방과의 친밀도를 높이는 말을 하는 것이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는 자신의 치부라고도 할 수 있는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경험과 힘든 어린 시절, 다이어트 경험 등을 솔직하게 고백해 더 많은 공감을 살 수 있었다. 토크쇼에서 장수하고 있는 김원희도 항상 자신을 맞추거나 가끔은 망가진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재미있는 토크 분위기를 만드는 사람이다. 재미있게 말하는 사람은 내 것이든 남의 것이든 권위를 내려놓고, 말보다 눈빛과 손이 먼저 나가는 온몸으로 얘기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단점을 드러냄으로써 그것이 자신의 독특한 캐릭터나 개성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들 듯이, 사람이 모이기 위해서는 먼저 내 마음을 열고 자신을 낮춰 자석처럼 끌어당길 수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완벽함이나 자존심에 흠집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거나 남이 나를 평가하는데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결코 재미있는 대화를 하기 힘들 것이다.

재치와 순발력은 +α

재미있는 말을 하기 위해 ‘양념’처럼 필요하지만, 이론으로 되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순발력과 재치다. 많은 사람들이 김제동이나 탁재훈처럼 재치가 있는 말을 하고 싶어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재미있는 입담으로 정상을 누리고 있는 탁재훈은 “내가 부족하다면 재미있는 친구를 사귀라”고 조언한다. 재미있는 친구를 사귀면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람을 따라하게 되고, 자연스레 재치와 순발력을 몸에 익히게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상상력을 자극시켜주는 재미있는 친구가 있다면 일단 지속적으로 아이디어나 소스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재미있는 친구와 대화를 하다보면 그 사람의 얼굴표정, 몸짓, 자주 쓰는 용어, 말투까지 같이 따라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또한 개그프로그램을 챙겨보며 유행하는 말이나, 용어, 성대모사 등을 평소 연습해두면 주변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재미있게 말하는 7가지 방법

1 대화에 리듬을 타라.
2 공감할 수 있는 능력 가져라.
3 삶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갖고 대화에 긍정 에너지 담아내라.
4 적절한 맞장구로 상대방과의 친밀도 높여라.
5 권위를 내려놓고, 말보다 눈빛과 손짓이 먼저 나가는 온몸 토크를 하라.
6 상상력을 자극시켜주는 재미있는 친구를 사귀어라.
7 개그프로그램 챙겨보며 유행어나 성대모사를 평소 연습하라.

>혁신리더

 

[마케팅] 착한 마케팅의 성공 조건

착한 소비라는 개념이 확산되면서, 공익을 지향하는 착한 마케팅도 활성화되고 있다.

그러나 성공적인 착한 마케팅 사례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본원적 경쟁력 없이 명분만을 내세워 개인과 기업의 행동을 변화시키려는 착한 마케팅은 성공하기 어렵다.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착한 마케팅을 위해서는 고객과 기업, 공익 모두가 충분한 가치를 얻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본원적으로 경쟁력있는 상품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상품과 공익 활동의 이미지가 정합성을 지녀야 함은 물론이다. 또, 공익 이슈는 현재의 유행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선택되고 추진되어야 한다. 고객에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공익은 단순하고 명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착한 마케팅의 장기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공동 마케팅이 아닌 개별 기업의 단독 마케팅이 필요하다.

 

착한 마케팅의 성공 조건

 

1. 팔리는 상품에 공익을 추가  
 
공익성을 앞세운 제품들을 소비자의 눈으로 보면 왠지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다. 착한 마케팅 차원에서 이들 제품을 판매하는 주체들도 물건의 품질이나 기능을 강조하기보다는 좋은 동기를 지닌 상품이니 구매하라는 주장을 펼치는 경우가 흔하다.   
 
또, 친환경 제품이나 공정 무역 농산품 등을 보면 몸에 좋을지는 모르겠으나 선뜻 눈이 가지 않는 상품이 많다. 이 같은 상품은 ‘착한 마음’으로 몇 번 구매할 수는 있으나 지속적으로 구매하기는 쉽지 않다.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몸에 좋은 것보다 입에 단 것을 구매하는 성향(Hedonic Consumption)을 갖고 있다. 유기농 식품 전문점의 성장이 생각보다 느리고, 비만의 공포 속에서도 뷔페 음식점이 늘어나고, 고혈압을 걱정하면서도 고기 소비를 줄이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자신을 위한 소비에도 장기적으로 좋은 것보다 단기적으로 즐거운 것을 찾는 마당에 타인에 대한 소비는 말할 것도 없다. 고객의 눈과 손이 자연스럽게 가는 상품이 아니라면 아무리 공익을 앞세워도 지속적으로 팔리기는 어렵다.  
 
탐스 슈즈에서 파는 신발은 하나를 사면 다른 하나를 기부한다는 공익성을 제거해도 그 자체로 독특한 물건들이다. 남미의 인디오 예술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디자인의 신발은 이국적인(Ethnic) 취향의 유행을 타고 충분히 고객들의 관심을 끌만한 아이템이었다. 또, 모양은 남미의 전통 신발에서 모티브를 따오되, 기능적으로는 최신 기술을 적용하여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실제 탐스 슈즈를 구입하는 고객들 중에는 이 회사의 착한 마케팅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전혀 개의치 않은 경우도 많다고 한다.   
 
대중성이 높지는 않지만 등산 애호가들에게 꾸준히 인기 있는 아웃도어 용품 업체인 파타고니아(Patagonia)는 설립 초기부터 친환경, 자연 보호에 관한 공익 활동에 매우 적극적이다. 그런데 이 회사의 제품 또한 친환경이라는 공익성을 제거해도 디자인과 기능 등 전체적인 상품성이 뛰어나다.  
 
2. 주력 제품 중심의 착한 마케팅 
 
공익을 기업 존립의 주된 목적으로 삼는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이 아닌 일반 기업들은 착한 마케팅을 자사의 주력 상품이 아닌 주변 상품에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잘 팔리지 않는 상품을 착한 마케팅에 힘입어 팔아보려는 생각이다. 다른 하나는 이미 잘 팔리는 기존 상품의 이미지를 혼란스럽게 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잘 팔리지 않는 상품을 착한 마케팅의 도움으로 판매하겠다는 것은 쉽지 않다. 프로덕트 레드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이루지 못한 이면에는 참여 기업들이 일부 제품 혹은 매출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도 있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는 프로덕트 레드 제휴 스타벅스 카드를 사용하는 고객의 매출만을 프로덕트 레드의 기부 대상으로 삼았다. 결국 대부분의 고객은 프로덕트 레드에 기여할 기회를 갖기 어려웠고, 그 결과 이것에 대한 관심 자체가 줄어들게 되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는 한국판 프로덕트 레드라고 할만한 대규모의 공동 마케팅 캠페인이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등장하는 제품들도 상당수는 주력 제품이 아니라 인지도가 낮은 제품이거나 신상품이었다.  
  
기업이 착한 마케팅을 통해 노리는 효과가 특정 상품의 단기적인 인지도 제고나 언론 노출을 통한 기업 홍보 이상의 것이라면 착한 마케팅의 대상은 주력 제품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주력 제품을 착한 마케팅에 투입할 때는 제품의 아이덴티티와 지향하는 공익 활동의 이미지가 서로 어울리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몇몇 금융 기관들이 특정 스포츠나 체육인 등을 후원하는 금융 상품을 내놓은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고객은 금융 상품과 스포츠 사이의 연관성을 찾기 어려웠다. 금융 기관들이 대외 홍보 효과는 거두었을지 모르나, 상품을 통해 공익과 고객을 이어주는 착한 마케팅을 수행했다고 볼 수는 없다.   
 
3. 지속 가능한 공익 활동 선정  
 
착한 마케팅의 효과를 장기적으로 누리기 위해서는 대상이 되는 공익 활동이 앞으로도 유효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사회적 이슈에는 시들해지는 이슈와 점점 더 강해지는 이슈가 있다. 기왕이면 좀 더 오랫동안 관심을 끌 수 있는 대상을 고르는 게 효과적이다. 이런 접근은 기업 입장에서만 공익을 바라보는 것으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오랫동안 관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필요성이 지속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더 가치 있는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결핵이나 어린이 심장병은 80년대까지 심각한 문제였으나 이제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큰 이슈가 아니다.  
 
먹고 살기 어려운 시대에 동물들의 생존은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고릴라나 오랑우탄 같은 영장류는 말할 것도 없고, 파충류나 양서류 때문에 중요한 개발 계획이 추진되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처럼 중요성이 커지는 이슈를 조기에 발견하여 선점하는 혜안이 착한 마케팅의 장기적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그런데, 장기적 관점에서 이슈를 선정할 때 가능하면 이슈의 기본 골격은 유지하면서 다양한 관점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이슈를 선정하는 것이 좋다.  
 
파타고니아는 환경 보호라는 큰 이슈 아래 1-2년마다 구체적인 실천 이슈를 선정하여 추진한다. 지금은 야생 동물이 움직일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는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 이전에는 북극의 일정 지역을 야생 동물 보호 구역으로 영구 보존하자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핵심 이슈에서 파생되는 이슈들을 끊임없이 발굴하여 일관성 속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모습은 이 회사의 공익 활동을 바라보는 고객과 이해 관계자들의 지속적 관심을 끄는 것은 물론 회사 구성원들의 자발적 동기를 계속적으로 고취시키는 역할을 한다.   
 
4. 단순하고 명확한 활동 제시 
 
착한 마케팅을 전개하는 기업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공익 기여 방식은 수익금의 일부를 특정 활동에 쓴다는 식이다. 그런데, 수익금이라는 것부터가 모호하다. 어떤 경우에는 매출액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순이익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또, 기여 금액 중에 얼마가 공익 활동에 직접 쓰이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탐스 슈즈는 이러한 우려에 대한 시원한 해법을 제시한다. 신발 한 켤레 구입에 다른 한켤레를 기부한다는 방식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다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과 마찬가지로 착한 마케팅에서도 고객에게 전달되는 메시지는 단순하고 명확해야 한다.  
 
프로덕트 레드는 고객이 기여한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명확하게는 보여주었으나 단순하게 전달하지는 못했다. 프로덕트 레드의 웹 사이트인 Joinred.com에서는 ‘How Red Works’라는 이름으로 이들 상품을 구입할 때마다 기금이 어떻게 전달되어 어떻게 쓰이는지, 구체적으로 에이즈 진단과 투약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등에 대한 내용이 상세하게 나와있다. 또 갭(GAP) 티셔츠 한장을 구입하면 9일분의 약품이 환자에게 공급된다는 식으로 특정 상품을 구입했을 때의 효과도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그런데 정작 고객의 마음에 기억될만한 핵심적인 내용이 잘 부각되지 않고 있다.  
 
한편, 스타벅스는 커피 9잔을 마셔야 하루치의 약품이 전달되는 등 브랜드간 기여액의 차이도 크다. 이러한 차이는 고객을 혼란스럽게 한다.     
 
5. 공동 마케팅에서 탈피 
 
공익을 지향하는 마케팅은 흔히 공동 마케팅 형태로 추진된다. 함께 추진하면 비용은 적게 들면서 홍보 효과가 높다는 것이 이유다. 또, 좋은 일은 함께 하면 더 좋다는 막연한 생각, 즉 공동체를 위한 마케팅이라면 여러 기업들이 공동으로 수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선입견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자사의 착한 마케팅이 단기적인 홍보 효과를 위한 것이라면 공동 마케팅은 적합한 선택이다. 그러나, 진지하게 착한 마케팅을 장기적으로 수행할 생각이라면, 이는 적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해야 할 선택이다.  
  
앞에서 착한 마케팅의 성공 포인트로 상품과 공익과의 정합성 확보, 지속 가능한 공익 선택, 단순하고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등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특정 기업의 관점에서 가능한 포인트다. 여러 브랜드가 모이게 되면 각기 브랜드의 성격이 다르고, 참여 기업들의 관심과 의지가 다르기에 하나의 방향성 아래 일관되게 착한 마케팅을 추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착한 마케팅을 단순히 참여하여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사의 브랜드를 강화하면서 장기적으로 공생(Win-Win)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모든 결정권은 해당 기업이 지녀야 한다.  
 
브랜드와 공익의 조화로운 성장을 위해서는 전체 상품군 중 일부 제품 라인 혹은 서브 브랜드를 공익 위주로 운영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착한 소비, 착한 마케팅은 공공의 이익을 지향하지만, 그 이면에는 고객의 감정적 소비 행태와 기업의 복잡한 현실이 숨어 있다. 당위적 이유를 내세워 개인과 기업의 행동을 변화시키려는 착한 마케팅은 성공하기 어렵다.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착한 마케팅을 위해서는 고객과 기업, 공익 중 모두가 충분한 가치를 얻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 출발점은 본질적으로 가치 있는 상품을 기반으로 한 장기적인 착한 마케팅 전략이다.

>LG 경제연구원

 


[마케팅] 마케팅시대


마케팅PR 시대와 저널리즘의 위기

 

마침내 미디어법이 통과되었다. 이제 신문과 방송, 대기업들은 새로운 미디어산업에 뛰어들기 위해 분주하다. 신문과 방송의 교차겸영이 허용되고 대기업들의 미디어산업 진출이 보다 용이하게 되었다. 케이블TV에게도 KBS나 MBC 같은 종합편성채널이 허용되게 되었으며 뉴스채널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IT 강국에 이어 미디어 강국답게 우리나라는 이제 다른 어떤 나라보다 인구당 미디어의 비율이 높다. 공중파방송은 물론 케이블TV, 위성TV에 이제 인터넷을 이용한 IPTV까지 가세하게 되었다. 핸드폰과 DMB 수신기에서도 온갖 프로그램이 쏟아지게 되었다.

 

그렇다고 신문과 잡지의 수가 줄어든 것도 아니다. 불황에 허덕이면서도 그 숫자는 도리어 늘어나고 있다. 라디오의 청취율도 떨어지지 않는다. 광고로만 운영하는 온갖 무가지들도 난무하고 있다. 인터넷 속의 신문과 방송은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뿐인가? 블로그를 통하여 미네르바와 같은 파워 블로거들이 저널리스트 행세를 하고 있다. 네이버와 같은 포털들은 자기 마음대로 뉴스를 편집하여 신문사 역할을 하고 있다. 만 미디어에 대한 만 미디어의 투쟁이 시작된 기분이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미디어산업의 발전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언론의 국제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미디어의 폭발과 팽창은 예상하지 못한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를 가져온다. 특히 불경기로 이러한 많은 미디어들의 재원이 되는 광고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미디어 범람 시대에 새롭게 등장하는 마케팅의 무기가 마케팅PR(이하 MPR)이다. 노스웨스트 대학의 토마스 해리스 교수 같은 사람은 이제 광고의 시대가 가고 MPR의 시대가 만개한다고 장담한다. MPR은 간단히 말해 광고에 의존하지 않고 미디어의 내용을 직접 노리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의미한다. 해리스 교수는 결과적으로 유료광고는 줄고 비광고 미디어 공략 형태의 마케팅전략이 늘 것이라고 내다본다. 특히 기존 일간신문과 방송(공중파)의 광고는 큰 타격을 볼 것으로 예측한다.

 

이제 광고의 자리가 MPR로 대체된다면 무슨 일들이 일어날 것인가? 기업들로서는 한없이 늘어난 미디어의 지면과 프로그램을 직접 공략해서 자신들의 회사나 브랜드, 제품의 이름이 나타나도록 한다. 영화는 PPL(영화 속에 특정 제품이 등장하게 만드는 마케팅 기법)로 가득 찬다. 경제지의 경우 아예 제품 소개란을 기사처럼 버젓이 운영하고 있다. 이제 공중파와는 달리 규제가 약한 케이블TV의 종합편성채널에는 여러 형태의 MPR이 난무할 것이다. 기업 스폰서를 받는 프로그램이 늘고 신문은 기업의 소개기사로 가득 찰 것이다. 인기 있는 잡지사의 편집권을 기업이 비밀리에 인수하는 사태도 있다. 몇 년간 계약을 하고 그간의 모든 기사와 광고를 그 기업이 마음대로 하기도 한다. 내막을 모르는 독자들로서는 교묘한 홍보기사를 억지로 읽는 격이다. 광고가 부족해 재원이 약해진 신문과 방송은 정부와 기업이 제공하는 퍼블리시티(보도자료)에 크게 의존한다. 자연스럽게 기업이나 정부의 홍보지나 홍보방송으로 전락한다.

 

MPR 시대의 도래는 마케팅에는 절호의 기회이지만 저널리즘에는 큰 위기를 초래한다. 워치독(watchdog)으로서의 언론의 기능은 약해지고 기업과 단체들의 보이지 않는 홍보 미디어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이는 MPR 시대에 국민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이다. 무엇이 광고이고 기사이고 프로그램인지 알 수 없게 된다. 미국의 경우 실제 히트를 친 연애소설에 유명기업의 광고카피가 연인 간의 대화 대사로 그대로 실리기도 했다. 이는 처음부터 작가와 계약을 맺은 광고소설인 것이다. 어떤 영화는 재벌사로부터 수십억 원의 협찬을 받고 그것이 기획에 포함되어 PPL로 나타나 마치 기업 홍보영화를 방불케 한다. 미디어의 뉴스거리를 만들기 위한 고의적 이벤트를 기획하는 것이 MPR의 가장 큰 목표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들은 교묘하게 기획, 제작되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러한 MPR 시대가 도래하면 독자들과 시청자들의 지위는 약해지고 일개 소비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광고와 신문기사의 차이가 없어지고 방송의 프로그램 또한 스폰서 기업의 홍보채널이 된다. 미국의 유수한 기업의 한 마케팅 담당자는 “사방이 온통 직접 홍보뉴스를 전달할 미디어로 깔려 있는데 왜 돈 주고 광고를 하느냐”고 반문한다. 단적으로 말하면 유료광고는 무료 기사형광고로 바뀌는 셈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엘리트 신문이나 공영방송의 출현을 기대하기 힘들다. 대기업과 신문사가 컨소시엄을 이루어 만든 방송사가 재원 창출을 위해 기업의 MPR 전략을 그대로 수용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공공연하게 받을 가능성은 매우 커진다. 모든 기업들이 MPR을 하면 기업에 대한 제대로 된 비판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미디어의 발전은 그에 상응하는 광고의 공급을 전제로 해야 하며 기사와 광고, 프로그램과 광고는 엄연히 분리되고 미디어의 편집과 영업이 분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지금의 국내 형편으로 볼 때 미디어의 대폭발은 MPR의 발전과 함께 홍보성 기사와 프로그램의 난무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 한정호<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